지금까지 학교 과학교육은 산업화 시대에 걸맞은 인재 양성과 기초 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이학, 공학, 의생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인으로 성장하게 될 학생들에게 필요한 기초 지식과 탐구 능력을 갖추는 데 집중하여 왔고, 근래에 들어서는 과학기술이 중심이 되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과학적 소양을 기르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다양한 정보통신기술과 스마트 기술이 널리 보급되면서 세상은 빠르게 초연결사회로 진입하고 있고, 이에 따라 우리의 과학교육 환경 역시 근본적인 변화에 직면하였다. 우선, 미래사회는 풍부한 지식을 갖춘 인재를 넘어 창의성, 협력과 소통, 열정과 인성을 갖춘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호주, 핀란드, 포르투갈, 싱가포르, 영국, 미국, 네덜란드, 코스타리카, 러시아 9개국이 참여한 ATC21S 프로젝트에서는 21세기의 인재가 갖추어야 할 역량으로 ‘사고방식’(창의력·혁신능력, 비판적 사고력·문제해결력·의사결정력, 자기주도학습능력), ‘직무방식’(의사소통력, 협동능력), ‘직무수단’(정보소양, ICT소양), ‘사회생활방식’(지역/글로벌 시민의식, 인생 및 진로 개척 능력, 개인 및 사회적 책임의식) 등을 제시하였다(Griffin et al., 2011). 또, 미국의 ‘21세기 학습을 위한 연합체’는 학습 및 혁신 기능, 정보·미디어·테크놀로지 기능, 생활과 직업 기능 등을 21세기 인재가 갖추어야 할 역량으로 제시하였다. 특히 4C로 불리는 ‘학습 및 혁신 기능’은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의사소통(Communication), 협력(Collaboration), 창의성(Creativity)을 포함하고 있다(최상덕 외, 2011).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이러한 인재상은 우리나라 산업계에도 반영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은 ‘열정, 창의, 소통의 가치 창조인’을 기치로 ‘열정과 몰입으로 미래에 도전하는 인재’, ‘학습과 창의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재’,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협업하는 인재’를 기업의 인재상으로 추구하고 있다. 즉,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단순히 지식을 풍부히 갖춘 인재가 아니라 협력과 소통을 바탕으로 창의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 등의 역량을 발휘하여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 삶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는 인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 기술은 교육과 학습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더 이상 정보와 단순 지식 습득만으로는 교육의 가치를 추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선진국들은 과학교육을 비롯한 STE(A)M 교육의 혁신을 위해 다양한 시도와 정책 수립을 해 나가고 있다(예: AAAS, 1989, 1993; OECD, 2003). 특히, 지난 30여 년간 지속되어온 미국의 Project 2061에서 최근 차세 대과학표준(NGSS: Next Generation Science Standards)을 개발한 것이 그 대표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NGSS Lead States, 2013; NRC, 1996). 이와 같은 선진국들의 과학교육 혁신 노력은 과학의 각 분과는 물론 과학기술과 공학을 넘나드는 융합적인 접근과 실질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역량을 길러 주려는 방향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한편, PISA와 TIMSS 등 국제학력비교평가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학업 성취도를 나타내지만, 과학학습에 대한 활동 참여와 자신감 등에서는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과학학습에 대한 보다 긍정적인 태도 변화와 활발한 참여가 그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6; 송미영 외, 2013).
요컨대, 급격한 사회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문제풀이 중심의 현재 과학교육에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역량, 참여와 실천 등을 함께 강조하는 과정과 문제해결 중심의 과학교육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과학교육 | 미래의 과학교육 | |
PISA, TIMSS 등 국제경쟁력 | · 여전히 세계 최하위의 흥미와 자신감 영역 · 점차 낮아지는 과학 성취도 (eg PISA 4~7위 → 5~8위 → 9~14위) |
· 즐겁고 재미있는 과학 공부 · 과학적 소양 증진으로 과학 성취도 제고 · 어른이 되어서도 즐기고 참여하는 과학문화 |
학교 과학 교수학습 | · 지식 중심 평가 · 문제풀이 중심 수업 · 개별 과학 중심 접근 · 입시 중심 교육 |
· 과정 중심 평가 · 탐구수행 중심 학습 교수학습 · 통합과학적 간학문적 접근 · 문제해결 중심 역량 증진 |
과학교육 범위 | · 학교교육 위주 | · 종합적 과학교육(학교교육 + 사회참여) |
국가 과학과 교육과정 | · 2015개정 과학과 교육과정 (역량 및 핵심개념 강조) · 엄격한 성취기준 및 교과서를 통한 구현 · 엄격한 톱다운 방식의 매뉴얼 성격 |
· 학습 경험과 사회적 참여가 함께 강조되어야 · 유연한 수행기대 및 AI 등을 적극 활용하는 교육 · 해석과 융통성이 보장되는 안내서 성격 |
<미래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과학교육의 변화 방향>
이에 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우리나라 과학교육의 목표를 재설정하고, 초중등학생은 물론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과학적 소양(scientific literacy)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향후 진행될 국가 과학과 교육과정의 개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학교 및 학교 밖 과학교육의 실행과 그 환경을 혁신할 종합적인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교육부와 함께 2014년부터 5년간 미래세대를 위한 한국형 과학 교육표준(이하, KSES)의 개발을 목표로 꾸준히 관련 연구과제들을 지원해 왔다(송진웅 외, 2018; 김희백 외, 2017; 전승준 외, 2017; 김도훈 외, 2016; 김영민 외, 2015). 여기에 제시되는 KSES 내용은 이러한 연구 성과를 축적·종합한 결과라 할 수 있다.